‘시티팝’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30여 년의 시간을 역주행하며 다시금 컬쳐리더들의 어깨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시티팝의 대표적인 특징은 시원함이다. 퓨전 재즈의 완성도 높은 음악에 바다를 입혀 시원한 흥겨움을 전한다. 흥겨움을 이끌어 내는 과정에서 속도와 반복은 생략된다. 과하지 않게 넘실대며 세련된 바람을 일으킬 뿐이다.
케이지의 싱글 ‘플라네타리움’에는 시티팝 키즈의 동경이 담겼다. 층층이 쌓인 화성의 두터움, 밀고 당김이 만들어 내는 변화무쌍함, 경쟁하듯 질주하는 악기들은 시티팝에서 비롯되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뛰어난 연주자들을 거느린 밴드도, 최고의 세션을 총동원한 재력가도 아닌 케이지 본인 스스로가 시티팝의 완성도 높은 사운드를 만들어 내었다는 점이다. 이 한 곡을 만들어 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과 정성을 담았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 곡의 데모 버전이 만들어진 것은 4년 전이다. 그리고 이 곡의 제목은 본인 소속의 레이블인 ‘플라네타리움 레코드’에 영향을 주었다. 레이블 시그널에 데모 상태였던 이 곡의 일부가 사용되기도 했다. 그만큼 케이지의 곡에 대한 애착이 컸음이다.
과거의 느낌도 현재의 느낌도 아닌 드럼 톤을 만들기 위해 어려움을 겪었고, 드럼에 어울리는 베이스를 얹기 위해 패시브 톤으로 녹음을 다시 했다. 두 키 낮은 원곡이 마음에 들지 않아 모든 악기와 보컬을 다시 녹음했고, 믹스톤의 왜곡 없는 업스케일링을 위해 나얼의 추천을 받아 일본행을 택했다.
이 한곡에 쏟은 그의 시간과 애정은 곡의 아름다움을 한껏 끌어올렸다. 잔잔한 도입부는 여름밤 펼쳐진 별자리의 아름다움을 그리고, 하이라이트에 이르면 별들이 쏟아져 내리듯 격정이 쏟아진다. 이전의 시티팝들이 여름 바다의 시원함을 담았다면, 케이지의 ‘플라네타리움’은 여름 밤하늘의 아름다움을 담아냈다.
곡에는 케이지 본인의 경험들이 담겼다. 몇 해 전 마음을 빼앗긴 이성과 함께 찾았던 오사카 플라네타리움에서의 떨리는 느낌을 고스란히 담았으며, 오래 전 남산 식물원 앞 플라네타리움에서 느꼈던 친구와의 오묘한 감정도 함께 담았다.
케이지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은 뮤직비디오를 본인의 감성을 담아 직접 제작한다는 점. 이번 M/V 역시 곡이 추억하고 있는 오사카에서 직접 연출하고 촬영했다. (글/대중음악 평론가 이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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