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목소리의 온기에 위로 받을 때가 있다. 세계가 동시에 멈춰버린 듯 고요한 한밤중 우연히 라디오를 틀었을 때 들려오는 사람의 목소리에 구조되었다, 라고 느낄 때가 있는 것처럼. 사랑이 남긴 무수한 그리움, 짙은 고독을 노래하는 달총의 목소리는 외롭지만 여전히 따뜻하다.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 섬세한 숨소리는 우리를 이 시간 속에 더욱 가깝게 있는 것처럼 믿게 만든다. 보고 싶다는 감정만큼 명확한 것이 있을까. 기다린다는 행위만큼 강인한 것이 있을까. 이 마음의 여정에는 약간의 한숨과 체념이 뒤엉켜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손끝으로 빠져나갈 것만 같은 사랑의 실체를 움켜쥐려는 의지로 충만하다. 가만히 두 눈을 감고 들으면 그 깊은 상념의 바다 속을 일렁이며 헤엄치는 듯하다. 이 내면의 소요는 어지럽지만, 아름답다.
‘긴 꿈에서’를 영화로 이야기한다면 환상 시퀀스에 가깝게 느껴진다. 일상적이고 구체적인 제재를 꺼내지 않고도 사랑의 본질에 맞닿아 간다. 부유하는 이미지의 조각들. 그 안에서 우리는 함께 꿈을 꾼다. 현실에선 조금씩 옅어져 가는 누군가를 부단히 기억하고 소환하기 위해 차라리 눈을 감는 것이다. 그의 존재는 꿈속에서 오히려 선명하다. 안고 싶다. 만지고 싶다. 기억하고 기억되고 싶다. 우리는 서로에게서 잊히지 않으려고 꿈의 세계로 향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가장 두려운 것은 지워지는 것이다. 사랑의 기억조차 없었던 일처럼 사라지는 것이다. 그 자리가 텅 비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랑이 너무 불쌍하다. 그래서 이 노래는 “가만히 눈을 감아도 선명하게 빛나고 있는 넌 사랑인 것 같아요”라며 사랑의 이름을 다시금 불러준다. 깨고 나면 눈물이 날 것 같은 꿈이 있다. 이것은 슬픈 꿈인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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