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월간 윤종신] 1월호 '세로'는 '세로'와 '외로움'이라는 두 가지 테마로 이루어진 곡이다. 오랜 기간 쉼 없이 치열하게 창작 활동을 지속해온 윤종신의 깊은 속마음을 담았다.
첫 번째 테마이자 노래 제목이기도 한 '세로'는 창작물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을 이야기한다. "저한테 '세로'가 주는 이미지는 '서열'이나 '순위'인데요. 언제부턴가 플랫(flat)하게 가로로 퍼져있던 콘텐츠들이 세로로 움직인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순위가 매겨지면서 위아래가 나뉘고, 불필요한 경쟁을 하게 되고, 또다시 순위에 목을 매게 되는 악순환. 그러다 보니 많은 창작자들이 소위 말하는 '업자'가 되어가고 있는 거예요. 자유롭게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아니라 다수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하는 거죠. 과연 창작하는 데 있어 서열이 필요한 건지 잘 모르겠어요. 각각의 창작물은 '세로'보다는 '가로'가 어울리는 게 아닐까. 위아래로 줄 세워져 있는 게 아니라 수평으로 나열되어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세로로 움직이지 않아도 될 것들이 자꾸 남을 밟고 위로 가려고 몸부림을 치니까 우리가 새로운 걸 만들면서도 행복할 수 없는 게 아닐까 싶어요. '세로'를 강요하는 세상이 참 안타까워요."
문화의 가치에 우열이 없는 것처럼 창작물의 가치에도 우열은 없는 것 같다고, 윤종신은 말한다. "물론 완성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죠. 그 완성도라는 것도 참 주관적이긴 하지만요. 하지만 완성도가 높다고 더 가치 있는 작업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잖아요. 가치야말로 상대적인 것이고 존중해야 하는 거니까요.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가진 사람의 창작물이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창작물보다 위에 있는 게 아니잖아요. 옆에 있는 거죠. 창작물을 세로의 시점이 아닌 가로의 시점으로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두 번째 테마 '외로움'은 윤종신이 노래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동력이다. '다 모여 떠들었던 시간은 내게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홀로 가슴 후벼 파면 그제서야 날이 서'라는 가사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윤종신은 가까운 사람들과의 행복한 시간보다는 혼자만의 힘들고 외로운 시간 속에서 좋은 작품이 탄생한다고 생각한다. "외로움을 추구하는 건 아닌데...경험상 나를 몰아세워야 좋은 곡이 나오더라고요. [월간 윤종신]도 매달 상쾌한 마음으로 쓴 적이 없는 것 같아요.(웃음) 격려와 조언이 오히려 저를 무디게 만들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창작 활동에 힘들어하는 후배들에게도 격려를 잘 안 하는 편이에요. 분명 지금의 고달픈 감정이 창작에 도움이 될 거라 확신하거든요."
윤종신은 올해도 부단히 자신을 코너에 몰아 외롭고 힘들게 할 생각이다. "제가 매달 노래를 만들 수 있는 건 일단 공개 날짜를 던지고 보는 거거든요. 날짜가 점점 다가오면, 그래서 코너에 몰리면, 어떻게든 계속 뭐가 나와요. 다들 머릿속 어딘가에 창의적인 생각이 있지만 '이게 될까?'라는 고민을 하다가 덮어버리거든요. 올해는 다 함께 일단 저지르고, 던져보고, 부딪혔으면 좋겠어요. 그럼 어떻게든 결과물이 나오니까요."
윤종신의 [1월호 이야기]
"행복해도 외롭다. 외로워야 난 떠오른다 무언가가. 널찍한 가로보다 세로가 외로워 보인다. 세로가 싫지만 그 고깝게 삐죽 솟아오른 세로가 아주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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