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치마 나랑아니면 자동재생,반복재생,뮤비,듣기,가사
Love is all, all is love
검정치마 [Team Baby]
인류가 이야기를 멜로디에 실어 부르기 시작한 이래, 대부분의 노래는 사랑에 관한 것이었다.
누군가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순간, 호르몬은 요동치고 일상은 흔들린다.
어떤 형태로든 그 활화산같은 감정을 표현하고 싶어진다. 그저 그런 재능을 가진 범부라 할지라도 하다못해 일생일대의 연서라도 남기는 법, 하물며 예술가라 불리우는 이들은 어떻겠는가.
우리는 빼어난 재능이 사랑의 터널을 통과하며 탄생시킨 수많은 명작들을 알고 있다.
그 터널에 비추는 빛이 순애 건, 짝사랑이건, 그리움이건 간에 그 모든 사랑은 곧 창작의 강고한 원천이 되었고 우리는 그 명작들에 열광해왔고, 또 다른 사랑의 산물을 기다려왔다.
나는 말할 수 있다. 검정치마의 3집 [Team Baby]는 그 기다림에 화답할 수 있는 꽃다발이라고.
검정치마는 지난 두 장의 앨범을 통해 한국 대중음악계에 확고한 지분을 남겼다.
한국 인디의 르네상스였던 2008년, 말 그대로 ‘갑툭튀’한 데뷔 앨범 [201]은 신인의 풋풋함과 베테랑의 노련함을 동시에 가진 걸작이었다.
동시대 미국 인디 록의 문법을 능숙하게 구사하되 거기에 빼어나고 적나라한 한국어 가사까지 녹아 들었다.
이 의외의 등장은 평단과 언론의 상찬을 불렀다.
당시의 앨범 발매 얼마 후 있었던 발매 기념 공연은 물론이고, 2009년 가을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에 섰을 때는 낮 시간대였음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체조 경기장이 꽉 차는 진풍경을 만들기도 했다.
다시 언론이 인디 음악을 이야기하던 그 때, 검정치마는 자신의 깃발을 꽂고 중원을 향해 파죽지세로 말을 달리던 기수 중 한 명이었던 것이다.
그 여세는 2011년 [Don't You Worry Baby (I'm Only Swimming)]로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1집에 비해 어쿠스틱 지향성이 강해진 이 앨범에도 검정치마의 팝적 감각은 그대로였다.
귀에 짝짝 달라붙는 멜로디와 마음에 척척 와 닿는 가사는 얼터 컨트리와 포크, 심지어 80년대 한국 가요의 문법까지 확장되며 그 해의 가장 중요한 작품이 됐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났다. 오며 가며 조휴일을 볼 때 마다 늘 새 앨범 작업중이라는 말을 들었다.
녹음이 어느 정도 진행됐다는 얘기도 들었다. 하지만 본격적 귀환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비치 보이스의 전설적 미 발매 앨범 [Smile]이나 건스 앤 로지스의 [Chinese Democracy]를 기다리는 심정이었다.
그 사이 검정치마와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밴드들은 한 장 한 장, 디스코 그래피를 쌓아나가고 있었기에 더욱 그랬다.
2015년 오랜만의 싱글 ‘Hollywood’가 나왔을 때 드디어 컴백인가 싶었지만, 1년 뒤 ‘Everything’과 ‘내 고향 서울엔’ 두 곡의 싱글을 추가로 발매했을 뿐 정규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그 해 6월 드라마 [또, 오해영]OST에 실린 ‘기다린 만큼, 더’는 그 제목 자체로 고문과 같은 것이었다.
그로부터 또 1년이 지났다. 마침내, 검정치마가 돌아왔다. 전대미문의 프로젝트로 돌아왔다.
그 동안 만든 30곡의 노래를 총 세 장의 앨범에 담아 순차적으로 발매한다. [Team Baby]는 그 서막이다.
"이 앨범에서는 사랑, 그리고 보고 있어도 보고 싶어지는 그리움을 노래했다. 지금 사랑을 하고 있는 당신과, 그런 당신의 편에 서있는 사람을 위한 앨범이다.”
조휴일이 밝힌 대로, 이 앨범은 사랑 노래들의 연작이다. 검정치마의 음악에는 모든 감정이 날카롭다. 상대를 조롱하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한다. 섬뜩할 만큼 솔직하다.
하지만 그 감정이 애정이 될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듣는 것 만으로도 심장이 뛰고 마음이 애틋해진다. 봄의 들판과 여름의 바다, 가을의 하늘같은 기운이 약동한다.
1집의 ‘좋아해줘’ ‘Antifreeze’가 그랬고, 2집의 ‘젊은 우리 사랑’ ‘Love Shine’도 그랬다. [Team, Baby]는 그런 노래들에 담긴 감정들을 끌어 모아 다시 프리즘에 투영시킨 빛의 지도다.
첫 곡 ‘난 아니에요’는 세상의 바깥과 내 안 쪽의 충돌로 인해 발생하는 피로를 털어 놓는 듯한 자조적인 곡이다. 힘 빠진 독백의 뒤로는 안개같은 파장들이 나부낀다.
‘Everything’에서 보여줬던 드림 팝 스타일의 아름다운 혼란이 끝나갈 무렵 힘찬 드럼 소리와 함께 두 번째 트랙, ‘Big Love’가 시작된다.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이 두 곡 사이에는 기차역 플랫폼을 연상시키는 효과음이 들어간다.
마치 해무 가득한 밤바다에서 홀로 빛나는 등대를 발견했을 때 처럼, 수많은 인파 사이에서 한 눈에 들어오는 연인의 얼굴을 봤을 때 처럼, 음반의 분위기는 급격히 반전된다.1집을 좋아했던 이들이라면 반색할 만한 곡이다.
그 뒤로 이어지는 노래들의 다채로운 사운드들이 각 장의 테마를 구성할 뿐만 아니라, 한국 가요계에 수용됐던 팝 장르들이 검정치마 스타일로 재해석된다.
부연하자면 이렇다. ‘한시 오분(1:05)’에는 투투, 룰라, 김건모 등 90년대 중반 가요계를 휩쓸었던 ‘한국식 레게’의 리듬과 사운드가 고스란히 묻어 있다.
‘폭죽과 풍선들’ 역시 90년대 초반의 댄스 뮤직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80년대 초반 모타운 사운드의 기묘한 변형을 숨김없이 받아 안는다.
서구 팝이 한국에 수용되면서 기술적, 문화적 한계로 인해 보였던 변형들이 후대에는 촌스럽다는 이유로 기피되기 마련이었지만, 검정치마는 그 때의 그 정서를 오히려 적극적으로 받아 안는다.
이는 그가 청소년기와 20대의 절반을 해외에서 보냈기에 가능한 일일 것으로 짐작된다.
동시대 한국에서 성장했다면 의도적으로 피할 정서를, 오히려 외국에서 보내며 편견없이 수용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외부자적 정서는 사실, 검정치마의 모든 음악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이기도 하다.
이토록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은, 하나의 정서로 모여 든다. 그렇다. 사랑이다. [Team, Baby]는 한 사람을 위한 순애보다.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처럼, 이 앨범에 담긴 모든 노래는 한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노래다.
사랑이란 누군가에 대한 마음이기도 하지만, 스스로도 몰랐던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사건이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사랑하는 사람은 시인이 되고 탐험가가 된다.
전에는 머리 속에 담겨 있지 않았던 언어들이, 마음으로부터 샘솟아 오른다. 스스로에게 놀라는 순간들이 온다.
어딘가에 기록해두고 싶었던 그 절실한 마음의 선물을, 검정치마는 상쾌하고 아련한 멜로디에 담아 우리를 대신하여 배송한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고, 함께 있어도 같이 있고 싶고, 잠시나마 떨어지면 안부를 전해지고 싶어지는, 호르몬의 혼수상태가 열 곡의 노래가 되어 세상에 나왔다.
우리의 이야기 같거나, 우리의 이야기가 되었으면 하는 노래들이 말이다.
당신이 사랑하고 있다면, 혹은 마음에 둔 사람이 있다면, 카톡에 링크 걸어 고백 대신 사용할 수 있는 노래 한 곡 쯤은 분명히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뻔한 사랑 노래의 홍수에 진저리치는 사람일지라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장담하고 싶다.
-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검정치마 - 나랑 아니면
야 나랑 놀자 밤늦게까지 함께 손뼉 치면서
나랑 마셔 너와 나의 몸이 녹아 내리면
나랑 걷자 저 멀리까지가다 지쳐 누우면
나랑 자자 두 눈 꼭 감고 나랑 입 맞추자
나랑 아니면 누구랑 사랑 할 수 있겠니
나랑 아니면 어디에 자랑 할 수 있겠니
나랑 아니면
야 나랑 놀자 어디 가지 말고
그리울 틈 없도록
나랑 살자 아주 오랫동안
우리 같이 살자
나랑 아니면 누구랑 사랑 할 수 있겠니
나랑 아니면 어디에 자랑 할 수 있겠니
나랑 아니면
아무렇지 않게 넌 내게 말했지
날 위해 죽을 수도, 죽일 수도 있다고
알아, 나도 언제나 같은 마음이야 baby
아마도 우린 오래 아주 오래 함께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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