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수 박기영을 이야기할 때 그녀를 단순히 보컬리스트라 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그녀는 싱어송라이터이다. 그녀는 자신의 음악을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뮤지션이자 음악과 무대 전체를 아우르고 연출하는 아티스트이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노랫말로 짓고, 음악이라는 옷을 입혀 청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음악을 예술적 도구로 삼는 아티스트로서의 가장 큰 본질이다. 그녀는 이 본질을 충실하게 지켜내기 위해 아주 세세한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할 수 있는 최대한 꼼꼼하고 주의 깊게, 그리고 섬세하면서도 충실하게 노력한다.
그런 박기영이 "그동안 만들어 발표한 그 어떤 곡보다도 가장 애정이 깊다."라고 스스로 고백한 곡이 바로 [거짓말]이다.
그녀는 [거짓말]의 탄생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인간과 인간, 생과 삶, 서로 다름에 대한 몰이해, 그 몰이해를 허용할 수 없음에도 살아내야 하는 책임, 덮어버리는 받아들임. 밀물처럼 몰려오는 후회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허탈감. 그것이 안겨주는 책망. 그리고 연이은 포기까지. 어느 날 불현듯 인간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수많은 내면의 모습들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로 밖에 이어질 수 없는 인간 본연의 모습과 실체를 부인할 수 없어 너무나 괴로웠다. '관계'라는 실타래는 묶이기도 풀리기도 헝클어지기도 하거니와 그 과정에서 겪어내야만 하는 감정의 소모와 에너지의 파장은 실로 말로 표현되지 않을 만큼의 질량을 지니고 있기에, 때로는 매우 수치스러우며, 뜻 모를 모멸감에 깊은 회의를 안겨주기도 한다. 이것은 결국 스스로 소멸하고 말 것만 같은 '내적 자아와의 전쟁'이기도 하다. [거짓말]은 그 속에서 무릎을 꿇고 토해낼 수 밖에 없었던 철저한 '자기 고백'이자 '회개'이다. 이러한 고민 속에 일주일이 넘도록 잠을 이룰 수 없었던 지난 가을, 발가벗겨진 채 내던져진 내적 자아와 정면으로 만나면서 내가 '나'답게 보이고 싶었던 가면이 산산이 부서지고 깨지는 아픔을 겪었다. 그 후, 잠자고 있던 몇 가지 이야기들을 화산이 분출하듯 마구 뿜어내야 했는데 그 속에 [거짓말]이 있었다. 나의 내면이 잠잠해질 때까지 고해성사하듯 몇 날 며칠을 폭발시켰던 그 시간들은 내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으나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환희이기도 했다."
그녀는 그 며칠 밤의 기억들을 다듬어 지난 4월 스튜디오 라이브 공연에서 이 곡을 처음 선보였다. [거짓말]이 깊은 공감을 얻는 이유는 우리 모두가 내적 자아와의 전쟁과도 같은 시간을 경험했기 때문이리라!
4월 공연 이후 [거짓말]은 완전히 새로운 편곡과 웅장한 코러스를 앞세운 심도 깊은 구성으로 바뀌게 되는데 이것은 그녀가 맞닥뜨렸던 그녀 내면에서의 시각적 공간을 사운드로 재편성하고자 한 공간의 다각과 작업의 결과라 할 수 있다. 공연 때보다 한층 웅장하고 마음을 울리는 지금의 [거짓말]이 탄생한 배경에는 내적 세계를 음악이라는 외적 세계로 끌어내려 한 박기영의 집요하고 묵묵한 노력의 결실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이 곡을 더욱 특별히 기대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소이다.
[거짓말]은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전혀 섞지 않은 순수 아날로그 음악이다. 박기영은 자신의 깊은 내면을 담은 음악에 아날로그 사운드만을 사용하길 원했다. 드럼, 베이스, 기타, 그랜드 피아노 그리고 보컬과 코러스만으로 이루어진 이 곡의 악기 구성에 가장 특별한 점은 드럼 녹음이 오픈 릴 테이프를 통한 원테이크로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오픈 릴 테이프는 릴에 감아서 사용하는 녹음테이프로 현존하는 아날로그 오디오 매체 중에서 가장 음질이 좋은 매체이다. 드럼 녹음 당시 이 테이프를 사용해서 음질은 물론, 따뜻하고 울림 있는 사운드를 만들어 곡의 분위기를 한층 높였다.
박기영이 갖고 있는 뛰어난 능력 중 하나는 프로듀서로서의 능력이다. 그녀는 큰 그림을 그려 놓고 하나씩 사운드를 만들어 밑그림을 그려 넣는 과정에 온 정성을 다했다. 그녀는 모든 악기와 보컬의 녹음 첫 단계부터 사운드 스펙트럼을 미리 결정하고 진행하였다. 각 악기가 갖고 있는 레인지와 음역, 주파수와 공간을 미리 실험하고 선택하여 결정, 믹스 마스터링에서의 사운드 이펙터 사용을 최소화하였다. 녹음한 악기 소스의 색깔이 있는 그대로 드러나야 곡이 갖고 있는 무게감을 충실히 따를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거짓말]은 보컬 녹음에만 무려 70여 트랙을 사용하였다. 메인 보컬과 애드립을 제외한 코러스 트랙에만 총 60트랙이 넘게 사용되었는데 남자 코러스로 참여한 강성호가 20트랙, 박기영이 40트랙을 각각 녹음하였다. 각 트랙마다 제각기 다른 음역대와 화성, 다른 목소리 톤으로 녹음, 강성호와 박기영 단 두 사람이 마치 60명의 콰이어가 내는 듯한 풍성한 소리를 만들어냈다.
이후 믹싱과 마스터링을 위해 한 달여의 시간을 더 투자하는 등 완벽한 곡의 공간 구성을 위해 그녀가 들인 노력과 정성은 '장인' 의 그것과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
박기영은 [거짓말] 한 곡에 들인 시간과 노력과 정성이 정규 앨범 한 장과 맘먹는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 전했다.
뮤직비디오 또한 박기영의 손길이 닿아있다. 가장 초기 단계에서 뮤직비디오에 대한 아이디어를 직접 구상하였고, 그녀가 그리고 싶은 이미지를 가장 잘 표현해 줄 감독을 선택하는 데만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뮤직비디오의 색감과 구도는 물론, 남녀 주인공의 감정선과 매치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였고, 창작자만의 디테일한 해석과 감성을 뮤직비디오에 투영시켰다.
그녀의 상상력을 가장 잘 표현해줄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레이지본의 보컬 겸 기타리스트인 노진우가 낙점되었다. 노진우는 레이지본의 멤버인 동시에 영상 프로덕션인 ‘스테이골드 모션픽쳐스’의 감독으로서 뉴욕필름아카데미를 졸업한 후 국내에서 광고와 뮤직비디오, 360º VR 등 넓은 분야에서 활동하며 호평받고 있다.
한편,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남자주인공은 헐리우드 배우 죠셉 리이다. 죠셉 리가 출연한 드라마와 영화의 연기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된 박기영은 그의 내면 연기와 표정 연기, 풍부한 발성이 받쳐주는 중저음의 목소리에 매료되어 러브콜을 보냈다. 죠셉 리는 거짓말의 데모 음원을 듣고 출연을 결정하였고 [거짓말] 뮤직비디오 촬영만을 위해 급거 입국했다. 그는 순전히 박기영의 음악이 좋아 출연을 결정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거짓말]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본 내적 자아의 혼돈과 자기 고백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곡을 듣는 순간 당신은 자기 자신을 위해, 타인을 위해, 혹은 모두를 위해 입 밖으로 내놓아야 했던 슬픈 거짓말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겪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시간이 외롭거나 두렵지 않을 것이다. 그녀가 우리를 대신해 당당히 고백하고 이야기해주고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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