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오직 십센치만 할 수 있는, 가장 십센치다운 음악들을 수록한 앨범!
지나간 사랑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을 노래하는 한없이 애잔한 발라드 '그리워라'!
'안아줘요'를 능가하는 사카린급 당도의 초달달 러브송 '쓰담쓰담'!
짝사랑의 애달픈 감정을 노래하는 가슴 절절한 겨울 발라드 '스토커' 등 수록!
누가 알았으랴. 홍대 길거리에서 슬리퍼 신고 젬베에 기타 튕기며 노래하던 두 악동이 한국 가요계에서 이렇게나 존재감 넘치는 이들이 되어버릴 줄. 어느 날 느닷없이 뉴욕 맨해튼 스타일을 표방하며 등장해 '아메아메아메'를 부르짖던 10cm(십센치)가 불과 5년 사이에 겪은 변화들은 놀랍다. 그저 무명의 버스킹 밴드였던 구미 출신 두 청년이 '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 '아메리카노',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등 발표하는 곡마다 연이어 히트를 시키고 한국을 대표하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죽을래 사귈래'를 시원스레 외쳐대며 승승장구하더니 심지어 탑스타들이나 한다는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의 단독콘서트를 성공시키며 한국 어쿠스틱 음악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는 일련의 과정은 심지어 참으로 '드라마틱'하지 않은가.
그간 십센치가 세상에 끼친 변화 또한 강력하다. 십센치 등장 이후 일어난 어쿠스틱 음악 붐은 두 말할 나위도 없고 어쿠스틱 음악도 19금이 될 수 있음을 세상에 알린 것 또한 이들이다. 게다가 톡 까놓고 얘기하건대 한국에서 '아메리카노'가 국민음료가 된 것은 분명 상당 부분 십센치의 공로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커피 전문점들은 이들에게 지분 일부를 떼어줘야 마땅하다. 특히 명소가 되어 버린 '은하수다방'은 더더욱.
이 가공할 19금 듀오가 마침내 세 번째 정규앨범을 [3.0]들고 돌아왔다. 앞서 공개된 싱글 '쓰담쓰담'에서 감지할 수 있던 미묘한 변화의 조짐은 본 작을 통해 한층 명확해진다. 퇴폐미 가득한 권정열의 보컬은 한층 맛깔스러워졌고 윤철종의 기타는 더더욱 섬세해졌다. 특히 윤철종의 보컬 참여가 한층 늘어났다는 점도 그의 팬들에겐 희소식이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지난 2집에서 음악에 다소 힘을 주는 듯한 인상이었던 이들이 어깨의 힘을 쭉 빼고 본연의 '자연인' 십센치로 돌아온 것이다.
첫 곡 '3집에 대한 부담감'에서부터 이러한 변화는 확실히 감지되는데 익살스러운 멜로디 위로 '아메리카노의 히트는 사실 얻어걸린 것'이라 노래하는 솔직함은 십센치가 아니라면 상상조차 할 수도 없다. 19금 아이콘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담배왕 스모킹'은 한층 노골적이다. 한국 가요사를 통틀어 과연 이토록 노골적으로 담배를 찬양하는 노래가 존재한 적이 있던가. 게다가 이 노래는 평소에 멤버들이 좋아하는 전설적인 록밴드들에 대한 오마주도 유쾌하게 담아내 듣는 재미를 더한다. 바라만 볼 수 밖에 없는 짝사랑을 애틋하게 노래하는 발라드 '스토커', 선공개되어 이미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달달하다 못해 닭살마저 돋는 애교만점 러브송 '쓰담쓰담'은 '십센치스러움'이 한층 진해졌음을 느끼게 해 주는 곡들이다.
한편 지나간 사랑에 대한 소회를 아련하게 노래하는 타이틀곡 '그리워라'는 '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 '새벽 4시'의 연장선에 있는 듯한 아름다운 발라드 넘버로 애잔하면서도 진솔한 노랫말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여름 해변가를 연상시키는 분위기가 한없이 여유로운 '아프리카 청춘이다'는 일탈의 욕구를 여과 없이 드러내는 모습이 흥미롭고, '우리는 운명'이라는 애정 표현을 '어디 한 번 도망쳐 봐라 내가 너를 못 잡나'라며 십센치식의 재기로 풀어내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 도무지 여자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는 남자의 심정을 직설적 화법으로 얘기하는 '여자는 왜 화를 내는 걸까'는 공연장에서 뜨거운 호응이 기대되는 유쾌한 곡들이다. 십센치 특유의 응큼함을 엿볼 수 있는 곡으로 집시풍의 멜로디가 독특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도발적인 노랫말의 'Dreams Come True'가 지나고 나면 권정열의 관조적인 음성이 한없이 처연한 애잔함 물씬한 발라드 '짝사랑'이 바쁘게 달려온 앨범 후반부의 열기를 차분히 가라앉히며 조용하게 마침표를 찍는다.
두 멤버의 내면에 한층 솔직하게 다가간 진솔한 가사들, 지나치게 무겁지 않은 담백한 사운드를 담은 [3.0]은 십센치가 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음악이 무엇인가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또 해답을 찾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사뭇 의미심장하다. 이 음반을 통해 느껴지는 한층 진해진 십센치 특유의 감성은 결국 이들이 나름의 해답에 도달했으리란 추측을 가능케 한다. [3.0]에 담긴 악곡 하나 하나는 분명 십센치만 할 수 있는, 십센치이기 때문에 보여줄 수 있는 감성들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본인들이 지닌 인간으로서의 솔직한 면모, 발칙함 또는 재기를 음악가로서의 에너지와 감성을 통해 한껏 발산할 때 그것이 비로소 가장 '십센치스러운' 것이라는 것, 아마도 이것이 십센치가 내린 결론 아닐까? 물론 이 결론은 어디까지나 현재일 뿐, 십센치의 음악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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