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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내용-
이규리 (시인)
그를 400번 쯤 들었을 때
봄이 오고 있었다.
나뭇가지마다 슬픔을 달아 꽃들은 얼음처럼 투명했는데
나는 그 꽃을 오래 말하지 못하였다.
그렇게 슬픔 하나를 만났다.
정준일이라는 슬픔,
담백한 음색과
정직한 발성에는
물과 물무늬에 반사되는 빛이 글썽이고 있었다.
망라하여 슬픔이었다.
스미고 흐르는 물과 물빛처럼
그의 유성음 뒤에 끌려오는 허전한 비음에도 애잔함이 묻어있어
나는 몇 차례 고적하고 아득하였다.
물빛은 슬픔을 번역한다.
삶은 아픔이고 허무이며 더하여 부재이니
번지고 흩어지던 당신의 노래는 춥고 먼 누군가에 닿는 위로일 것이다.
하루하루 나아지길 바라면서도 우리는 우리를 위해 기도하지는 않았다.
가지를 떠난 잎은 돌아오지 않는다.
돌아오지 않은 것들이 우리의 것이 될 것이다.
그 잎들처럼 노래는 사라지며 살아진다.
그때 우리는 알게 되지. 슬픔이 어찌하여 힘이 되는지.
슬픔은 그해 가장 아름다운 물질이었던 것을.
꽃을 만지면 해를 만지는 것, 그런데 손가락 하나 데지 않는다고.
그처럼 나무 안에는 물의 노래, 그리고 당신 안에는 잘 익은 슬픔의 노래, 있음과 없음의 노래,
아름다운 건
더 아름다운 건
삶이 나를 위해 울지 않게 하는 것.
우리가 했던 모든 것이 사랑이라면
사랑이라면,
당신과 당신의 노래는 지금 그 가운데 있다.
정준일 - 바램
그대를 만나지 않길 바래요
오늘도 나 다짐 했어요
나만큼만 아니 나보다 조금
아팠으면 난 좋겠어요
우리 이렇게 될 거라면
우리 이렇게 헤어질 거라면
그대 내게 보여준 꿈과 믿음
아무것도 아닌가요?
왜 나를 미워하게 됐는지
다른 누군갈 사랑하는지
그래도 한번은 날 사랑했잖아
묻고 싶은 말들이 많고 많은 걸요
처음부터 헤어질 걸 알았다면
처음부터 사랑하지 말걸
이별은 늘 익숙하고 어려워
난 못난 사람인가 봐요
나 없이도 행복한가요?
내가 없는 하루는 어떤가요?
지루하고 외로운 날들이죠
가끔은 울기도해요
왜 나를 미워하게 됐는지
다른 누군갈 사랑하는지
그래도 한번은 날 사랑했잖아
묻고 싶은 말이 많은데
다시 사랑할 수 없다 해도
그저 한번만 보고 싶어요
난 이제 무엇도 기대하지 않아요
잘해주지 못해 미안했던 것만
왜 이렇게 가슴에 남아
다시 사랑할 수 없다 해도
그저 한번만 보고 싶어요
난 어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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