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얼의 두 번째 정규 앨범 “Sound Doctrine”의 세 번째 싱글이 커트되었다. 대중적 인기를 안겨준 ‘기억의 빈자리’, 보컬리스트로서의 역량을 확인시켜 준 ‘Gloria’에 이어 선택된 곡은 ‘Baby Funk’. 앞의 두 곡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리드미컬한 스타일을 선택하며 이번에는 송메이커로서의 엄청난 소화력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대중에게 ‘훵크(Funk)’라는 장르는 흥겹고 그루브 넘치는 장르로 단순화되어 인식되지만 실제 ‘funk’라는 장르의 음악적 폭은 무척 넓다. 어떤 록밴드보다 화려한 기타 솔로를 보여주는 훵크 밴드, 어떤 프로그레시브 사운드보다 진화된 사운드를 보여주었던 훵크 레전드들이 이를 증명한다. ‘훵크’가 주도했던 1970년대는 악기의 발전과 맞물리며 흑인 음악 전반의 완성도를 끌어올렸으며, 현대에도 씬의 한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모던소울, 일렉훵크 음악들은 그 빈틈없는 두터움으로 차트를 집어 삼키곤 한다.
나얼은 ‘Baby Funk’를 통해 훵크의 그 다채로운 두터움을 완성하는 데 성공했다. 5분 20초의 싱글 버전과 9분 48초의 확장(Extended) 버전, 그 긴 시간 동안 같은 리듬이 반복되지만 지루함을 느낄 겨를이 없다. 마치 같은 비트로 여러 래퍼가 다른 느낌의 랩을 쏟아내듯 매 프레이즈마다 새로운 사운드가 얹어지며 흥겨움을 이어낸다. 자유롭게 유기적으로 얽히며 점점점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훵크 그루브의 위력은 리듬만을 잘 선택한다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들썩이는 어깨, 까딱이는 고개를 다독여야 하는 고충은 있지만 근래 국내 음악에서 이런 자연스러운 흥겨움을 겪어본 적은 없었다.
곡이 훵크 가치의 연장선에 자리하고 있지만 사운드는 80년대 모던 소울에 가깝다. 나얼의 표현을 빌면 이 곡은 ‘제목이 훵크지만 사실 흑인스러운 독특한 R&B’ 곡이다. 훵크의 깊이와 무게를 간직하면서 디스코의 가벼운 흥겨움 또한 이끌어 낸다. 신스 기반이지만 무그베이스를 사용해서 디스코처럼 가벼운 전자음이 난무하지 않으며, 다양한 악기 편성은 물론 토크박스 활용과 짧은 내레이션 삽입 등 다채로운 시도들이 곡의 변화무쌍을 만들어 냈다.
물론 이 곡에서도 나얼의 보컬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악기 사운드가 곡 전반을 지배하지만 적재적소에서 반복에 변화를 주는 나얼의 보컬 애드립과 코러스는 곡의 전개와 더불어 중독성을 키워 나간다.
곡이 담고 있는 내용은 단순하다. 별이 빛나는 밤 사랑에 빠진 남성이 자신의 ‘baby’를 향해 사랑을 표현한다. 흑인 음악이 갖고 있는 특징, 화려한 포장과 복잡한 수식보다 퍼포먼스 그 자체로 교감하는 이들의 밤은 몽환적 흥겨움이 넘실댄다.
원 버전과 확장 버전의 차이를 느껴보는 것도 이번 싱글의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어떻게 5분 20초의 긴 곡에 4분 30여초를 더했는지, 그 과정에서 곡의 밀도가 떨어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귀로 어깨로 느껴보는 재미다.
착한 펑카델릭, 오래된 다프트펑크, 검은 자미로콰이... 나얼의 소화력이 돋보인다. (글/대중음악 평론가 이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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