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MBC 드라마 '보그맘'의 OST, 'Ti Amo'로 엉뚱하지만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면모를, SBS의 최신작 수목 미니시리즈 '이판사판'에서 그들의 두 번째 싱글이었던 '우리 노래'의 리메이크 버전을 통해 사랑의 달달한 케미를 보여주었던 공기남녀가 겨울의 입구를 마주한 늦가을의 싸늘함과 함께 그들의 열한 번째 싱글, [잠깐만요]를 통해 우리 곁에 다시 찾아왔다.
이별의 순간만큼 우리가 절박함에 몸부림치는 순간이 있을까? 너무나도 사랑했던, 그리고 사랑스러웠던 그녀의 무표정한 얼굴.. 또 그것에 익숙해져 버린 내 스스로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이별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내일 봐, 보고싶을꺼야' 라는 애틋한 인사말은 '잘 지내..'라는 딱딱하고 나지막한 작별인사로 바뀌어버리고, 뒤돌아선 그녀의 뒷모습은 마치 나에게서 한없이 멀어져 가려는 듯 차갑기만 하다.
한 때는 뜨거웠던 우리들의 지난날들, 잠시라도 서로가 없이는 지나갈 수 없을 것 같았던 수많은 밤들.. 우린 대체 어디에서부터 어긋나게 된 걸까? 우린 아직 해야 할 말들이 많은데.. 서로에게 너무나 많이 의지했던 만큼 나의 기대가 그만큼의 부담이 되었던 걸까?
떠나가려는 여자와 뒤돌아서 주기를 바라는 남자. 이별의 무거운 현실 앞에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남자와 한 번만 붙잡아주기를 바라는 여자의 속마음, 그 안타깝고 아슬아슬한 찰나를 노래하는 공기남녀의 [잠깐만요]는 늦가을의 차디찬 공기와 어우러져 너무도 가슴 시리게 우리의 귀와 마음에 사무친다. 네 번째 싱글이었던 [반을 잃었다]가 상실 이후의 허전함과 담담함을 담아낸 곡이라면, 이번 열한 번째 싱글 [잠깐만요]는 서로에게서 멀어져가는 상실의 그 순간을 예감하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들려주고 있어 묘한 연속성을 느끼게 해준다. 특히 남녀가 자신의 속마음을 독백의 형식으로 서로에게 이야기하는 듯한 이번 곡의 가사를 곱씹어보면, 마치 영화 '만추'의 마지막 이별 장면을 그대로 노랫말로 옮겨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기분이 든다.
늦가을, 상실이 제법 어울리는 계절이다. 뜨겁게 사랑했고 시리게 이별해본 이라면 그 누구라도, 공기남녀의 이번 싱글 [잠깐만요]가 남다른 의미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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