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월간 윤종신] 2월호 ‘은퇴식’은 올해 50살이 된 윤종신이 자신의 장례식을 상상하며 만든 노래다. 요즘 세상에 ‘50’은 그리 많다고 할 수 없는 나이이지만, 그래도 앞자리 숫자가 바뀌어서 그런지 그는 예전보다 죽음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하게 되었다. 좀 더 진지하게 내가 언제 어떻게 떠날지 알 수 없다는 생각, 그러니 좀 더 치열하게 내가 사랑하는 일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 그러니 좀 더 솔직하게 내 사람들에게 진심을 전해야겠다는 생각.
“내 장례식은 이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가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일종의 장례식 큐시트라고나 할까요. 왜 흔히들 장례식에서는 하지 말라는 게 많잖아요. 화려한 옷을 입어서도 안 되고 건배를 해서도 안 되고 웃고 떠들어서도 안 되죠. 누가 언제부터 정해놓은 건지 알 수 없는 그런 규율과 지침들이 참 많습니다. 제 장례식은 그런 것들로부터 자유로웠으면 합니다. 특히 술을 마음껏 마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소주나 맥주 말고 막걸리나 와인, 양주도 마실 수 있는 거죠. 파티처럼 다들 자기가 마시고 싶은 술을 직접 가져오면 좋을 것 같네요. 그리고 저를 기억하면서 마음껏 건배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저에 대해 섭섭했던 것들, 아쉬웠던 것들, 인상적이었던 것들, 좋았던 것들을 떠올리면서 웃고 떠들었으면 좋겠어요.”
윤종신은 노래의 제목을 장례식이 아닌 ‘은퇴식’으로 지었다. 자신의 장례식이 곧 은퇴식이었으면 좋겠다는, 그러니까 죽을 때까지 노래를 만들고 싶고, 가기 전날까지도 노래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제목을 통해 표현한 것이다. 노래를 공개하자 주변에서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쏟아지기도 했는데, 그는 당장 사랑이나 이별을 해야만 사랑 노래 혹은 이별 노래를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듯, 꼭 죽음에 가까워야지만 죽음에 대한 노래를 만들 수 있다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아마도 제가 진짜 아프거나 죽음의 목전에 있다면 이런 노래는 쓰지 못했을 거예요. 그때가 되면 과연 제가 어떤 노래를 쓸 수 있을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결코 이런 느낌은 아닐 거라는 거죠. ‘은퇴식’은 가장 활발하고 건강하고 왕성하게 활동하는 지금, 주위에 사람도 제일 많고 응원해주고 지켜봐 주는 사람도 많은 지금이라서 쓸 수 있는 노래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제 노래를 관심 있게 들어주신 분들은 이 노래가 제가 쓴 어떤 곡보다 삶의 의지로 가득 차 있다는 걸 눈치채실 거예요. 죽을 때까지 은퇴하고 싶지 않다는 제 진실한 마음을 꼭 읽어주시길.”
2018 [월간 윤종신] 2월호 ‘은퇴식’은 윤종신이 작사, 작곡했으며, 가사 속에도 등장하는 조정치가 편곡과 기타를, 하림이 하모니카를 맡았다.
댓글